배우라는 직업의 궤적은 언제나 선명한 스포트라이트 아래 놓여 있지 않다. 대부분의 시간은 조명이 꺼진 무대 뒤, 혹은 다음 오디션을 기다리는 막막한 대기실에서 보낸다. 많은 후배들이 작품이 끊기고, 캐스팅 디렉터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을 때 무너지곤 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배 앞에서 “나 어쩌지?”라는 질문을 되뇌며 자괴감과 분노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민실장으로서 단언컨대, 그런 생각은 당장 버려야 할 독이다. 우리는 착각하기 쉽다. 지금 당장 카메라 앞에 서거나 무대에 올라 박수를 받지 못하면 ‘쉬고 있다’거나 ‘실패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정의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디션에 계속 도전하고, 다음 기회를 찾아 발품을 파는 모든 행위가 바로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넘어지는 것도 훈련의 일부이며, 떨어지는 것도 이 과정의 불가피한 단계이다. 우리의 일은 작품이 있을 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작품을 위해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모든 시간에 걸쳐 있다.
이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무기력이다. 작품이 없다는 현실을 핑계 삼아 에너지를 소진하는 감정 싸움에 휘말릴 시간이 없다. ‘나 뭐하는 거지?’라고 자책하는 시간에, 우리는 생산적인 행동으로 이 불안을 대체해야 한다.
차라리 책을 읽어라. 문학 작품 속에서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서사를 흡수하는 것은 배우의 가장 기본적인 훈련이다. 혹은 독백 영상을 찍어라. 결과를 예상하지 말고, 누구에게 보여줄지 고민하지 말고, 그저 꾸준히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행위 자체를 지속하는 것이다. 우리의 무기는 감정과 표현력이고, 이것은 오직 끊임없는 사용을 통해서만 날카롭게 유지된다.
지금이 바로 자신을 채우는 시간이다. ‘Just Do It’이라는 단순한 슬로건처럼, 복잡한 생각 대신 그냥 행동하는 것이 해답이다. 움직이고, 연습하고, 기록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을 때, 기회는 우연이 아닌 필연처럼 찾아온다. 그리고 기회가 생기면 준비된 자만이 그 기회를 붙잡고 다시 무대로 올라설 수 있다.
작품이 없다고 해서 배우가 아닌 것은 아니다. 배우는 스스로의 의지로 연기를 갈망하고 훈련하는 사람이다. 불안을 훈련의 연료로 삼아라. 하다 보면 생기고, 생기다 보면 또 하게 된다. 이 순환을 믿고, 묵묵히 나의 길을 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 험난한 여정 속에서 민실장으로서 내가 터득한 가장 단단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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